반도체 복합위기 속 불확실성 타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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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가 어떤 반등 모멘텀을 마련할 지에 주목한다. 당장 반도체 부문 등 실적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적쇄신과 조직개편, 대형 인수·합병(M&A) 계획 등이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끝내 무너진 '5만 전자' 마지노선
"주가 방어요? 뾰족한 수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전일 삼성전자 주가가 5만600원까지 추락한 데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부 요인에 더해 외부 변수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주가부양을 위한 방안이 없다는 토로였다. 그럼에도 이날 장 초반까지는 '5만 전자' 수성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장 중반 5만1000원대 후반까지 오르는 등 반등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전일 대비 1.38% 하락한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이며, 올해 최고가였던 지난 7월31일 8만3900원(종가 기준) 대비로는 40%넘게 떨어졌다.
'4만 전자' 추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력에 대한 우려 등 미래 불확실성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42.4%)는 올해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52.5%)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제품인 12단 HBM3E과 HBM4 모두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속도가 SK하이닉스와 비교해 한 발짝씩 느리다. 여기에 트럼프노믹스 2.0 개막도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업종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심화 우려로 타격이 더 컸다. 내년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바이든 정부 때의 반도체 보조금이 확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한몫 했다.
◇ 주가·실적 반전 모멘텀은?
업계와 시장에선 반도체 위기설이 확산되는 와중에 '4만 전자' 추락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주력 사업 부진이 단기간에 만회가 어려운 가운데 주가를 통한 시장의 부정적 시선이 오래 갈 경우,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인사, 조직개편, M&A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당장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사장단 인사를 예정보다 빨리 할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경영진 및 임원들에 대한 인사 평가가 지난주 말로 이미 마무리 된 상태다. 나머지 전자 계열사 등 일부 계열사 인사평가는 이번 주중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다음 주중 사장단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재로선 예년과 같은 11월 말 인사가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회장 2심 결심공판이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이 결심재판이 끝난 뒤에 사장단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삼성 내부의 얘기다. 이 경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 폭이 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적부진과 관련해선, 12월 중 엔비디아 퀄 통과 여부가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HBM 사업과 관련해 "주요 고객사의 퀄(품질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4분기 HBM3E 매출 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대규모 물량은 아니지만 HBM3E 등 일부 품목의 엔비디아 공급이 실현될 경우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천안 공장을 활용해 HBM 생산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까지 충남 천안시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28만㎡ 부지를 활용해 HBM용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