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율 확보 치열했지만…공사비 부담 여전
사업성 양호한 분당도 기부채납 등 변수 상존
재건축 호재 틈타 매물 내놓는 집주인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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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 선도지구를 발표한다. 대상 규모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 등 총 2만6000가구다. 지역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기준 물량의 50%를 추가 지정할 수 있어 최대 3만9000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
선도지구는 각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종의 시범단지로,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 각정 혜택을 받는다.
이에 한때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단지별로 주민 동의율 확보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9월 5개 신도시에서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 중 61%에 해당하는 99개 구역(15만3000가구)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특히 분당의 경우 평균 동의율이 90%를 넘기기도 했다. 1기 신도시 중 평균 용적률이 184%로 가장 낮고, 강남·판교 등 주요 업무지구와 가까워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잿값·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세가 암초로 떠올랐다. 사업성이 좋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사업성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분당도 예외가 아니다. 선도지구 선정을 둘러싼 주민 동의율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었던 만큼, 공공기여와 이주대책 지원 등 기부채납 가점에 따라 선도지구 지정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여서다. 통상 기부채납이 높아지면 임대주택·도로·공원·학교부지를 더 조성해야 한다. 조합 입장에선 확보할 수 있는 일반분양 가구 수가 줄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도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지정되더라도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얼마나 될까 냉정히 봐야 한다"며 "자기부담(추가분담금) 문제, 즉 경제성에 따라 선도지구 추진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1기 신도시 집주인들은 재건축 선도지구 호재가 작용 중인 지금이 집을 매도할 시기라고 판단해 잇따라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물은 4583건으로, 3개월 전(4249가구)보다 7.8% 늘었다. 같은 기간 △일산 서·동구(8271→8725가구, 5.5%↑) △안양 동안구(3675→4064가구, 10.5%↑) △군포시(2696→2916가구, 8.1%↑) △부천 원미구(3626→3700가구, 2.0%↑)도 매물이 늘고 있다.
평촌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가뜩이나 평촌은 선도지구 지정 물량이 4000가구에 그치는 데다, 평균 용적률도 다른 신도시와 비교해 낮지 않은 편"이라며 "재건축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 아래 매물을 내놓겠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선도지구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이 평균 5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만큼 정부 계획인 '2027년 첫 착공'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게다가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와 그렇지 못한 단지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도 있어 재건축 사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