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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잠잠해진 무안참사…감편하는 항공사, 그대로인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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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2. 28. 06:44

안소연
안소연 기자
무안 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나고 우리 사회는 항공 여행에 초 민감한 상태가 됐다. 이후에 에어부산 화재 사건이 한 번 더 나고 해외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반복돼 항공업계는 위축될 만큼 위축된 상태다. 그런데 희한한 현상이 생기고 있다. 무려 179명이나 사망한 비극이지만 놀랄 만큼 원인 규명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었다. 물론 국가적으로 거대한 정치적 이슈가 있으나 그렇다고 경계를 늦출 일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참사의 원인으로 강하게 추정되고 있는 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언제, 어떻게 철수되며 철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다. 그리고 누구의 잘못인지 규명하는 것이다.

매일 불안에 떨며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조종사들이 결국 "항공안전 확보를 위해 즉각 항공 장애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이후 국토부의 반응이 궁금해 물어봤더니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물론 국토부가 로컬라이저에 대해 인지가 없는 게 아니다. 박상우 장관은 지난달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로컬라이저와 관련해 즉시 교체·보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이상이 지났고, 현장에서는 당장 실질적인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만하다. 조치가 이어지기 전까지 항공기는 계속 떠야 한다. 그나마 지난주 정부가 230억원을 들여 전국 7개 공항에 있는 로컬라이저를 손보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장에서는 당장 철거가 시행돼야 하며 구체적인 로드맵, 시간계획표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항공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당장 피부에 와닿는 대책들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제주항공은 다음 달 말까지 동계운항편을 대폭 감축하기로 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실상 올 1분기 실적을 포기했다. 이어 에어부산 화재 사고가 난 이후에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보조배터리 규정을 손보거나 화재 진압 기구를 도입하는 등 신속하게 행동했다. 그대로인 것은 공항이다.

로컬라이저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 26일이다. 참사 이후 약 2달이 지난 후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은 온전히 파일럿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공항에는 철새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늘 살고 있는 텃새도 있다. 콘크리트 둔덕도 있다. 경력이 높은 조종사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국토부가 공항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지 여행을 사랑하는 국민들도 이를 끝까지 감시하지 않으면 조종사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에 어떤 변화를 언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지 않으면 무안공항 참사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취재 중에 반드시 기사에 반영해야 겠다고 느낀 조종사의 토로가 있었다.

"현장에서는 당장 엔진이 꺼지고 비상 착륙하고 사람이 죽는 사고가 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더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항공 후진국되는 겁니다. 큰 아픔을 겪은 지금 개선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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