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스토니아 총리 수배자 명단에 올려…“역사적 기념물 훼손”

에스토니아 국무장관, 리투아니아 문화부장관 등도 포함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EPA 연합뉴스

러시아는 소련 시절 에스토니아에 건립된 제2차 세계대전 관련 기념물을 철거하려 했다며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를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은 러시아 내무부 데이터의 수배자 명단에 칼라스 총리가 올라있다고 보도했다. 수배 명단에는 타이마르 페테르코프 에스토니아 국무장관과 시모나스 카이리스 리투아니아 문화부 장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적 기억과 우리나라에 적대적인 행동을 취했다"며 수배 이유를 설명했다.

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텔레그램을 통해 "칼라스 총리와 페테르코프 장관은 소련 군인 기념비 파괴 혐의로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고 확인했다.

소련에 지배를 받다가 1990년대 초반 독립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점령 기간 동안 자국에 세워진 소련의 기념물 철거를 추진해왔다.

러시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소련군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전쟁 기념물 훼손 등을 포함한 '나치즘 부활'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칼라스 총리는 "익숙한 러시아의 공포 전술"이라며 "러시아는 거짓된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 에스토니아를 침묵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유럽 방위 강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발트 3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독일 세계경제연구소(IfW)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규모는 각각 1.309%, 1.089%, 1.386%로 노르웨이에 이어 2~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