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네이버, 알고리즘 조정·변경으로 시장경쟁 저해"
법조계 "플랫폼 알고리즘 중요성 드러낸 판결…감시·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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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고법 행정6-1부(부장판사 최봉희·위광하·홍성욱)는 알고리즘을 조정·변경해 검색 결과를 사실상 조작하고 자사 쇼핑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등의 이유로 네이버에 약 266억원의 과징금을 부여한 공정위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자사 오픈마켓 점유율 키운 네이버
공정위는 2020년 10월 네이버가 8년에 걸쳐 자사 상품은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고 경쟁사 서비스를 하단으로 내리는 등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했다고 결론내렸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는 쇼핑부문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면서 8년에 걸쳐 자사 상품의 노출 비중을 늘리고 경쟁사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오픈마켓 점유율을 늘렸다.
네이버의 상품정보검색은 검색어와 관련성을 기준으로 1차 순위를 정한 후 상위 300개 상품을 대상해 여러 함수를 적용한다. 이때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의 상품이 노출되도록 상위 120개 상품을 결정 짓는
최종 순위 때 함수를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4년 7월에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의 페이지 당 노출을 일정 비율로 보장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2015년 1월에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하는 판매지수에 추가 가중치 1.5배를 부여하는 등 상품 노출 비중을 높였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검색결과의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같은 상품이 연달아 노출될 경우 노출 순위를 낮추는 '동일 몰 로직'을 도입했다. 다만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는 적용하지 않고 경쟁사의 오픈마켓 상품에만 도입해 노출 빈도를 조정했다.
또한 네이버는 2015년 4월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두고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변경하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는 이같이 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사전 시뮬레이션과 사후 점검을 통해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는 "네이버의 지속적인 쇼핑검색결과 노출 순위 왜곡 결과 네이버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비중은 증가하고 경쟁사 노출 비중은 감소해 시장경쟁이 저해됐다"며 네이버에 시장 지배적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약 266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공정위 처분 이후 "소비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는 2020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당시 오픈마켓 상품만 나오고 있어서 중소상공인 제품의 노출이 가능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그 부분을 검토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알고리즘, 기업 비밀 아닌 공공의 영역"
하지만 법원 역시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기업 영역이 아닌 공공의 영역으로 나와 플랫폼에 관련해 사전적인 규제나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 의장이자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인 박상수 변호사(법무법인 선율)은 "그동안 플랫폼 업체들은 알고리즘을 '영업 비밀'의 영역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이번 판결은 알고리즘이 고정 사업자들에 대한 시장 지배력이나 구성 사업자들의 제품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를 노출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 준 케이스"라고 풀이했다.
박 변호사는 "이로써 알고리즘도 감시와 규제의 대상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된다는 점도 확인된 것"이라며 "공정거래 당국과 유관 부처들도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영업 비밀로 다루려는 입장에서 탈피해 제대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다음 감시를 위한 규제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네이버 측에 이날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