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에 채권 운용 잭팟
김 대표, 올해 해외사업 강화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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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순이익 모두 1조원을 넘겼다. 김성환 대표 체제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2년 연속 순이익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실적에 크게 기여한 사업은 채권 운용 부문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으로 운용 수익이 성장하면서 전체 영업수익 비중의 33%를 차지했다. 비우호적인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도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을 수임하면서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김 대표가 IB 부문을 오랜 기간 맡으며 쌓은 업무 이해도와 성장 전략이 위기 상황에서도 빛을 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회사 규모 대비 리테일 사업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낸 만큼, 브로커리지·자산관리(WM) 부문의 수익성 강화는 올해 주요 과제다. 퇴직연금 적립액을 더욱 늘려야 할 뿐 아니라 타사 대비 낮은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 점유율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3.3%, 86.5% 증가한 1조2837억원, 1조1123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모두 1조원이 넘는 성과를 거두면서 증권업계 순이익 1위를 공고히 했다.
먼저 운용 수익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72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팽배했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채권 운용 수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회사의 운용 사업이 모든 사업 가운데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면서 이번 호실적을 견인했다.
IB 부문에서도 회사의 역량이 돋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IB 수익으로 전년 대비 262.2% 성장한 614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지만 우량 PF 딜을 성공시켜 성장세를 이어나간 것인데, IB 사업에서 가장 수익 비중이 큰 PF, 인수합병(M&A) 관련 수익에서만 전년 대비 3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 IB그룹장까지 역임하며 회사를 업계 대표적인 IB 증권사로 성장시켰던 김 대표의 전문성이 이번 실적에도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리테일 사업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브로커리지 수익은 해외주식 수요 증가로 소폭 늘었지만, WM 부문에서는 역성장을 나타냈다. 회사의 WM 수익은 1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줄었다. 작년 한 해 법인자산 증대와 고액자산가 모시기에 주력해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60조원을 돌파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음에도 수익 성장으로까지 연결되진 못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위해선 우선 강점 사업인 IB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올해 추가적인 금리인하 예고와 동시에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회사는 작년 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자본 확충과 함께 9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올해도 공격적인 영업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 진다.
리테일 부문 수익성 강화도 올해 핵심 과제다. 서학개미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에서, 해외주식 점유율 확보는 리테일 사업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점유율은 작년 3분기 외화증권 수익 기준으로 업계 5위 수준이다. 해외주식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등으로 고객 영업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퇴직연금 적립액 확대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브로커리지와 WM 수익 모두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증권사로의 고객 유입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펀드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을 통해 고객들을 유인해야 한다. 회사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퇴직연금2본부와 퇴직연금운영본부를 신설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미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글로벌사업그룹도 신설한 바 있다. 현재 회사는 미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현지법인과 사무소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수익성은 미미한 상황이다. 김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올해는 특히나 해외사업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모든 비즈니스 영역을 글로벌화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포착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적시 제공하며 고객과 더불어 동반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