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2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적용
반도체·자동차 다음 타깃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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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개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철강관련 포고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 집권1기 때 25% 관세 예외를 적용했던 국가들과의 기존 합의를 폐기하고, 3월12일부터 25% 관세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적 '관세전쟁'이 본격화 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뿐 아니라 향후 반도체·자동차·의약품으로 관세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세계무역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지만, 한국·일본·유럽연합(EU)·영국산엔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적용하고 캐나다·멕시코·호주산 철강 등에도 예외를 인정했었다. 한국은 미국과의 별도 협상을 통해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물량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받아왔으나 이번 조치로 모든 수출품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포고령은 특히 미국이 대체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로부터의 철강 제품 수입 비율이 2018년 74%에서 2024년 82%로 증가했고, 수량 제한(쿼터)이 적용된 국가들로부터의 수입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중국을 비롯한 비시장경제 국가들의 과잉 생산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역 구제 조치와 세관 관리 문제 등에 대한 협력도 미흡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캐나다로 71억4000만달러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고 CNBC방송이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이어 멕시코(35억달러·11%)·브라질(29억9000만달러·9%)·한국(29억달러·9%)·독일(19억달러·6%)·일본(17억4000만달러·5%) 등의 순이었다. 한국무역협회(K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지난해 대미 알루미늄 수출은 캐나다(94억2000만달러·54%)·아랍에미리트(UAE·9억2000만달러·5%)·한국(7억8000만달러·4%)·중국(7억7000만달러·4%)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미국의 철강 수입량은 캐나다·브라질·멕시코·한국·베트남·일본·독일·대만·네덜란드·중국 순이라고 로이터가 미국 정부와 철강협회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이미 대체 시장을 모색해 왔다"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공세 이전인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철강은 지난해 50만8000t이 미국으로 수입돼 전체 수입량의 1.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량은 캐나다·UAE·중국·한국·바레인·아르헨티나·인도·호주·멕시코·오만 순이다. 캐나다산이 320만t을 차지해 다른 9개국을 합친 것의 2배 규모였다. 미국 지질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총제련소 용량은 전 세계 총량의 1.73%(67만t)에 불과하면 약 절반이 수입품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반도체·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럴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를 고려한다고 언급해 호주가 철강·알루미늄 관세에서 유일한 예외가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