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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맹 대통령 간 외교적 수사, 신중해야

[사설] 동맹 대통령 간 외교적 수사, 신중해야

기사승인 2021. 04. 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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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지도자로서, 또 협상가로서 약했다”며 “북한의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한 데 대한 반격으로 동맹국 대통령 간에 민망한 일이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장기간 지속된 군사적 바가지 씌우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한국을 향한 (북한의) 공격을 막은 것은 언제나 나였지만 그들에게 불행하게도 나는 더 이상 거기에 있지 않다”고 했다. 나름대로 김정은과 판문점, 하노이와 싱가포르 협상을 했는데 변죽만 울리고 성공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는 게 무척 불쾌했던 것 같다.

청와대는 트럼프의 말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외국 전직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군사적 바가지 씌우기’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원칙을 지킨 협상이라고 했다. 한·미는 지난 3월 방위비 분담금 13.9% 인상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트럼프가 이렇게 치고 나올 줄은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문 인터뷰로, 트럼프는 이메일 성명으로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는데 결과적으로 북한 문제로 설전을 벌이는 꼴이 됐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자칫 문·트럼프를 넘어 한·미 간의 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변죽만 울리고 실패했다는 것은 크게 보면 미국의 이야기다. 또 문 대통령이 협상에 약했다고 한 것은 한국의 얘기다.

성과가 없다고 해도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을 만나 북핵 문제를 풀어보려 애쓴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의 행보를 반겼다. 그렇다면 ‘변죽만 울렸다’가 아닌 ‘애를 썼다’, ‘노력에 감사하다’고 하는 게 외국 전임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수사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의 표현은 서로 신중해야 하는데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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