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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물가·고금리, 그리고 고통 분담

[칼럼] 고물가·고금리, 그리고 고통 분담

기사승인 2022. 07. 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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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지난주부터 웬만하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출근합니다. 점심값이 너무 올랐어요." "물가가 급등하니 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요. 회사는 경쟁사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과거 보기 힘들었던 수준으로 월급을 올리고 있어 일단 기쁩니다." 급등하는 물가를 둘러싼 직장인들의 희비(喜悲)다. 한쪽에서는 고(高)물가 시대에 식비라도 아껴보려고 애쓰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직원들을 붙잡느라 주저하지 않고 연봉을 대폭 올려주는 분위기다.

지금의 물가 급등은 공급 부족 탓이 크다.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난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및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게 주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각국의 긴축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ℓ당 1600원대에 머물던 휘발유 가격은 이제 23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거의 50%나 급등했다. 승용차 이용 직장인은 물론이고 차량을 이용해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점심값도 치솟아 직장인들이 울상이다. 이처럼 공급 부족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에 대처하려면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공급이 크게 축소됐음에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고집하면 물가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전기 요금 억제나 유류세 할인 등 일시적인 통제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부족인 듯하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이른바 '가격 왜곡'을 감안하면 앞으로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재정을 투입해 물가를 억누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경제는 양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볼 때는 좋은 정책이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부작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고통 분담'이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금 모으기가 바로 고통 분담의 대표적 사례다. 경제부처 취재 당시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 소비품목의 가격을 사실상 통제하려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던 당국자들의 바쁜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등하는 물가를 가급적 빨리 진정시키는 것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물가를 자극하는 경제 활동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입을 줄이면 환율과 물가를 동시에 안정시킬 수 있다. 당장 불요불급한 품목의 소비를 줄이면 무역수지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승용차 운행을 최대한 줄이고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면 원유 소비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런 방법밖에는 신속히 물가를 안정시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정부로서도 유통망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가격 왜곡을 가져오는 생산자나 유통업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물가를 최대한 억누르는 쪽의 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즉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이런 식의 물가 관리 아닐까. 주로 외생(外生) 변수로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데 행정력을 적극 동원해야 할 때다.

이런 고물가 시대가 장기화하면 결국 저소득층이 가장 고통을 받기 마련이고, 일부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는 고물가, 고금리의 고통 안에서 당분간 갇혀 지낼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큰 폭으로 올리면 국내 금리도 급등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담보대출금리를 비롯해 직장인들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급등세다. 이래저래 고물가, 고금리로 국민 대부분이 때 아닌 고통을 받게 됐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고통 분담은 경제 주체 모두가 '합리적 소비'에 나설 때 효과를 발휘한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압박 요인이 되므로 사측의 '합리적 지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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