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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옥수수, 생각보다 중요한 곡물

[이효성의 자연에세이] 옥수수, 생각보다 중요한 곡물

기사승인 2022. 08.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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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옥수수는 풀이지만 곧고 단단하게 자라고 한여름부터 열매는 7~12겹의 여러 껍질로 두껍게 쌓인 채로 끝에 붉은 수술을 내민다. 옥수수의 수확은 쪄 먹을 것은 이삭의 껍질이 아직 푸르고 씨알이 완전히 익기 전인 7월 하순경에 하고, 곡식이나 사료용으로 쓸 것은 씨알이 완전히 익은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 어간에 한다. 그래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9월의 보름달을 '옥수수의 달(Corn Moon)'로 불렀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옥수수는 그곳 원주민들에 의해 오랫동안 품종이 개량된 볏과의 식용 작물이다. 옥수수는 고대 마야와 아즈텍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그래서 마야인들은 옥수수를 신성시했다. 그들은 옥수수를 신이 죽어 환생한 거룩한 작물로 여겼고, 자신들도 신이 옥수수 가루로 빚어 만들었다고 믿었다. 감자, 고구마, 카사바, 호박, 땅콩, 강낭콩, 토마토처럼 옥수수도 아메리카 대륙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된 후 세계의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국에는 16세기에 명나라를 통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옥수수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옥수수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단위면적당 소출량이 가장 많으며 쌀, 밀, 콩보다 훨씬 많이 생산되는 4대 주요 곡물의 하나다. 옥수수는 가축의 사료로 많이 쓰이지만 인간의 식량과 산업 원료로도 많이 쓰이는 다용도의 작물이다. 그런 까닭으로 옥수수의 경지면적은 세계에서 밀 다음으로 가장 넓다. 옥수수는 캐나다와 러시아의 북위 58도에서 남아메리카의 남위 40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어 세계적으로 보면 거의 매달 옥수수가 어디에선가 수확되고 있다고 한다. 주요 생산국은 순서대로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이다.

옥수수는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주요 식량으로 이용된다. 옥수수를 이용한 음식들도 다양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 반죽인 마사(masa)로 둥글고 납작한 빵인 토르티야(tortilla)를 만들어 주식으로 먹는다.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끓이거나 가루로 만들어 푸딩, 죽, 과자, 빵 등으로 요리한다. 또한 과자, 다양한 곡물식품(cereal), 영화관의 단골 메뉴인 팝콘을 만드는데도 옥수수를 활용한다. 옥수수 알갱이로는 산업용 알코올을 생산한다. 옥수수의 줄기는 종이와 벽판을, 껍질은 사춤재(고강도 석회)를, 속은 숯을 만드는 데 쓰인다.

쌀은 부족하나 옥수수는 많이 생산되는 강원도의 산간지방에는 옥수수는 강냉이밥, 강냉이수제비, 강냉이범벅과 같은 주식으로뿐만 아니라 옥수수설기, 옥수수보리개떡과 같은 별식 등으로 옥수수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옥수수 가루로 만든 올챙이묵은 강원도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 옥수수는 주로 간식으로 애용된다. 옥수수는 쪄 먹거나 구워 먹으면 달큼하고 구수한 맛과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아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옥수수의 용도는 이밖에도 다양하다. 옥수수를 제분하여 빵, 과자, 물엿, 술을 만들며 녹말로는 포도당, 주정, 방직용 풀 등을 만들고, 옥수수로 기름을 짜서 쓰기도 하고 마가린을 만들기도 한다. 한국의 한 화학회사는 최근에 옥수수로 생분해성의 플라스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빨리 양산되어 환경오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오랜 기간의 재배를 통해 옥수수와 감자 등을 인간과 가축을 위한 좋은 먹거리로 만들어냈다. 대항해 시대에 아메리카 탐험가들과 정복자들은 그것들을 유럽에 전파하여 유럽의 인구는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유럽인들은 아메리카에 독감, 천연두, 홍역, 티푸스 등의 전염병을 옮기고, 원주민들을 학살하거나 강제로 이주시키고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여, 그들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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