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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크리스마스 시즌 드라마와 영화

[칼럼]크리스마스 시즌 드라마와 영화

기사승인 2022. 12.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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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석 문화평론가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시청률이 22.5%로 고공행진 중이다. 평론가의 관점에서 원작 소설의 문제의식과 그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의 호흡에 맞춰 빠른 속도감을 장점으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흥행 코드는 역설적이게도 공감에 있다. 흔히 재벌에 관한 이야기는 거리를 두고 관망하며 요지경의 대상으로 삼거나 혹은 일종의 대리 충족의 코드로 소비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재벌집 막내아들'은 흥미롭게도 다른 지점에서 일체감을 준다. 재벌가의 3세로 환생한 주인공의 여정을 쫓아가다 보면 1980년대 중반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과 역사를 관통했는지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극 중 주인공 윤현우는 열 한 살짜리 아이의 몸을 빌려 1987년 6월 민주 항쟁 직후로 돌아간다. 재벌가의 어린 손자 도준의 시선을 통해, 당시 민주 진영의 분열로 인해 민중의 희생을 치르며 쟁취한 직선제 대통령선거에서 또다시 권력을 군사정권의 이인자에게 내주었던 사실을 새삼스럽게 상기시킨다. 이어서 성인이 된 도준은 IMF 시절로 우리를 이끌며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기억을 되살린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방영된 13회 차에서는 2002년 월드컵 때의 짜릿한 전율을 다시금 솟아오르게 한다.

연장선에서 드라마에 재현된 그때그때의 장면은 우리들의 지난날 모습이다. 갓 새내기 대학생이 된 도준의 대사에 등장하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태지의 안타까운(?) 은퇴 소식(1996년 1월) 그리고 영화 '나 홀로 집에'(1990년 작) 흥행과 당대 최고를 구가하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1997년 작)에 대한 투자정보 등, 한때 즐거웠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흥미롭게도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관되어 있다. 우선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나 홀로 집에'는 당연하겠다 싶다. 가족과 떨어져 오히려 자유로웠던 소년 케빈의 분방한 이야기는 1990년 당시 크리스마스 시즌을 접수한 대 히트작이었다. '타이타닉'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IMF 때문에 개봉이 늦어졌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1997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대대적으로 스크린에 걸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흥행작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역시 4집 앨범 '컴백홈'으로 1995년 연말 대한민국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드라마로서, '재벌집 막내아들'의 매력은 관망하기와 자기연민의 교차점에서 자취로 남겨진 지난날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 있다. 재벌가에서 벌어졌던 그들만의 리그와는 별개로 적어도 동일한 시대를 관통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시절 우리가 쟁취한 것과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공교롭게도 2022년 세밑 극장가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복귀작 '아바타'가 또다시 물량 공세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하고 있다. 한편 그런 와중에도 영화 '올빼미'의 열기가 뒷심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서사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진실의 문제를 끝까지 끌고 가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감독의 솜씨가 남다르다. 특별한 해석 없이도 볼 수 있는 모두가 공감할만한 소재의 작품이다.

절기상 동지와 시기를 같이하는 크리스마스는 가장 캄캄한 날이다. 어둠은 우리 자신을 직시하게 한다. 어둠의 끝이 지나야만 비로소 어둠은 가실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날, 뉴스를 도배하는 작금의 이러저러한 일들의 실체가 밝혀질 시간은 반드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만 진실이 무엇인지 목도할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진짜 크리스마스 영화로 다가온다.

지금 우리가 관통하는 어둠의 중턱에서 멈춰선 채, 그 끝이 어디인지 몰라 망연자실하기보다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늠할 시간이다. 시각을 잃은 맹인이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과 소통하듯이, 어둠 속에서도 연대로 향하는 빛의 방향을 감지해야 할 때다.

/이황석 문화평론가·한림대 교수(영화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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