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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목숨 갖고 장난치나”…의료공백 내몰린 환자들 격분

[르포] “목숨 갖고 장난치나”…의료공백 내몰린 환자들 격분

기사승인 2024. 02. 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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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첫날, 서울 상급종합병원 가보니
외래·입원 진료는 큰 차질 없으나 수술 30% 가량 줄어
환자들 분노 극에 달해 "의사들,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
[포토]병원비운 의사, 바쁜 간호사와 속타는 환자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긴급히 입원환자들 이동시키고 있다. /박성일 기자
20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동센터 별관. 1층과 2층 로비엔 접수창구가 열리기 전이지만 환자와 보호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전 8시 30분 진료접수가 시작되자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의 순번에 따라 창구로 향했다.

접수창구에서 한참을 이야기하던 50대 김희은씨(여·서울 광진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돌아섰다. 김씨는 "수술 예약 날짜 받으러 왔는데, 예약이 어렵다고 해 다시 돌아가려고 한다.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입을 뗐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높여 "수술을 예약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말이 너무나 속상하다.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치는 의사들은 악마"라며 분노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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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설소영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날부터 삼성서울병원은 수술이 연기되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525명 중 30~40%인 16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하루 200~220건의 수술 중 30% 가량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역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었다. 1일 200~300건 진행되던 수술이 이날 180건 정도로 줄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교수님들이 외래 진료보시고 현장에 내려와서 당직도 서시고 있다. 전공의들이 빠졌지만 교수님들이 열심히 해주시고 계신 상황"이라며 "다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장 걱정인 것은 의료진의 피로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요병원들이 운영에 차질을 빚자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김성수씨(66·전북 전주)는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며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경과를 보러 왔는데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환자들이 얼마나 고통받겠나. 환자들을 버린 의사들은 정부가 감옥에 보냈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1시까지 전체 전공의 1만 3000여명 중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 중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복지부는 이날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경우 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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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 진료 받으러 온 외래진료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행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1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133명이 휴학 신청을 했다. 동맹휴학 외에 수업·실습 거부 등 단체행동이 확인된 곳도 7개교다. 의대생 단체가 이날부터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한 만큼 휴학계 제출과 업·실습 거부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주 전공의 사직 등 집단 휴직이 예고되면서 수술이 축소되거나,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의료인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개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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