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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교수들마저…마지막 희망 접어야 하나” 뒤숭숭한 병원

[의료대란] “교수들마저…마지막 희망 접어야 하나” 뒤숭숭한 병원

기사승인 2024. 03.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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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수사직 불안한 환자들
100명 가까이 사직서 제출한 곳도
"수술 취소되지 않기를" 전전긍긍
환자단체들 "피해 더 커질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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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당초 밝혔던 대로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25일 오전 서울의 한 상급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박주연 기자
의료계와 정부간의 갈등 국면이 6주째로 접어든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차트를 들고 급하게 뛰어가거나 쉴 새 없이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의사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의 검사실과 진료실 대기석은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교수들이 이날 오전 7시 30분을 기해 온라인 총회를 열고 사직서를 냈다. '의료현장을 떠나진 않겠다'는 명분 아래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고 일단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커졌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김모씨(48·여)는 휴대폰을 들고 쉴새없이 통화를 이어갔다. 대전에 거주 중이라는 김씨는 지난해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에 자리한 혹을 발견하고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 받기 위해 서울로 왔다. 김씨는 "다음 달 22일이 갑상선암 수술이다. 고려대 의대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제발 수술이 취소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병원 인근에 거주한다는 엄모씨(60·여)는 남편과 함께 안암병원 핵의학과를 방문했다. 폐CT 등 전반적인 검사를 위해서다. 엄씨는 "이번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전 한 발 물러서 준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의사가 그것을 받아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여 의사들의 고집 때문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 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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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당초 밝혔던 대로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25일 오전 서울의 한 상급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김서윤 기자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6시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을 산하 병원으로 두고 있는 연세의료원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로 외래진료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전립선암 4기의 조모씨(74)는 "안 그래도 완치가 좀처럼 되지 않아 희망이 없었는데, 교수님까지 사직한다니 마지막 희망의 끈까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의료진들이) 비겁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정부가 대화를 하자고 했으면 정정당당히 대화하는 자리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들도 의대 교수 사직에 "이해한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환자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는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주어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텼지만 이제 교수들마저 떠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제자들에 대해 (교수들이) 우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탈진 수준일 것도 짐작되지만 '이해한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환자들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국 40개 의대의 교수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에 근무하는 울산대 의대 교수 767명중 433명이 사직서를 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 교수 233명 중 93명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동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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