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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에 대표작 쓴 臺 문단 원로 치방위안 타계

85세에 대표작 쓴 臺 문단 원로 치방위안 타계

기사승인 2024. 03. 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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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101세로 영면
인생 말년에 본인의 대표작 거류하 완성
중국도 고인의 작품 세계 회고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85세의 나이에 자전적 소설 '거류하(巨流河)'를 완성하는 기록을 남긴 대만 문단의 전설적 여성 원로 작가 치방위안(齊邦媛) 여사가 28일 오전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101세로 자녀들이 해외에 거주했던 탓에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인생 말년을 쓸쓸하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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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의 나이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자전적 소설 '거류하'를 완성한 대만 문단의 여성 원로 작가 치방위안. 말년을 쓸쓸하게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대만 롄허바오(聯合報).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의 30일 보도를 종합하면 고인은 1924년 랴오닝(遼寧)성 톄링(鐵嶺)의 한 농촌에서 장제스(蔣介石) 전 국민당 총통 휘하의 정치인 치스잉(齊世英)의 장녀로 태어났다. 그러나 고향에서 오래 살지는 못했다.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하면서 전란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전국을 떠돈 탓이었다. 다행히 1938년에는 충칭(重慶)에 정착한 후 명문 난카이(南開)중학에 입학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19세 때인 1943년에는 전란을 피해 캠퍼스를 후베이(湖北)성에서 쓰촨(四川)성 러산(樂山)으로 옮긴 우한(武漢)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졸업은 2학년 때 전과한 외국어문학과에서 했다. 1947년 결혼과 동시에 부모와 남편을 따라 대만으로 건너간 그녀는 이후 줄곧 교직에 몸담았다. 고교 영어 교사와 대학의 강사로 거의 20년 동안 일했으니 평범하고도 소시민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특별한 전기가 도래하지 않는 한 평생 그렇게 살 운명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43세가 되던 1967년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인디애나대학에서 중국 현대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2년 후 유학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강사로 봉직한 바 있던 타이중(臺中) 소재 중싱(中興)대학 외국어문학과 주임이 되는 행운까지 거머쥐게 된다. 이어 1970년 대만대학 겸임교수를 거쳐 7년 후에는 그토록 바라던 정교수가 됐다.

그녀는 이때부터 대만 문학작품을 영어, 서양 문학을 중국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5년에는 내친 김에 '거류하' 집필에까지 나섰다. 4년에 걸친 집필 끝에 2009년 출간된 이 작품은 25만자 분량의 대작으로 본토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다음 대만에서 겪은 삶의 기록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에서 모두 살아본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중국에서도 출판됐다. 또 '더 그레이트 플로잉 리버(The Great Flowing River)'라는 제목으로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중국이 경험한 지난 1세기 동안의 근현대사를 모두 관통하는 이 소설은 일본 침략 당시 격동의 전쟁기를 겪으면서도 따뜻함과 낙관주의를 잃지 않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잘 묘사한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현재 대만 각계에서는 그녀의 타계를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다. 중국 언론과 독자들 역시 그녀의 명복을 빌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특집 보도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녀가 양안 문단의 거장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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