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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장기집권에 공중분해된 中 파워 그룹들

시진핑 장기집권에 공중분해된 中 파워 그룹들

기사승인 2024. 03. 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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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권력 파벌 분명 존재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파 등
그러나 약속이나 한 듯 붕괴
이제는 시 주석 파벌인 시자쥔만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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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필두로 하는 7명의 중국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그에게 절대 충성을 맹세한 시자쥔이라고 할 수 있다./신화(新華)통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당정의 고위직을 쥐락펴락했던 태자당(당정 원로들의 직계 친족 그룹)을 비롯한 중국의 대표적 권력 파벌들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기세에 눌린 채 완전 공중분해되고 있다. 시 주석의 집권이 향후 상당 기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이들의 시대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베이징 정계 소식통들의 31일 전언에 따르면 중국에는 그동안 이른바 태자당을 필두로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그룹)과 공청단파(공산주의청년단 출신 그룹) 등의 권력 파워 그룹들이 존재했던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지난 세기 말부터 시 주석이 정권을 장악한 2012년 이후 일정기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랬다. 심지어 3대 권력 파벌들이 당정 고위직을 적당하게 3등분해 나눠먹는 것 같은 양상까지 보이고는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전임자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태자당 등의 힘이 눈에 두드러지게 빠져 보였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시 주석 측근들이 당정 고위직을 독식하면서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으로 불린 10여 년 전부터는 더욱 그렇지 않았나 보인다.

현재 당정 고위직 구성원들의 면면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시 주석에 충성맹세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사들 뿐이다. 반면 시 주석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각광을 받았던 권력 파벌 출신들은 시자쥔의 의도적인 견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한직이나 감옥에서 과거의 영광을 곱씹는 처지로 내몰려 있다.

대표적으로 한때 공청단파의 황태자로 불린 후춘화(胡春華·61)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꼽을 수 있다. 언제인가는 같은 파벌의 대선배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처럼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2022년 10월에 열린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위세가 나름 대단했다. 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라는 위상도 자랑했다.

하지만 이 대회를 계기로 정말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다. 우선 정치적 위상이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격하되는 수모를 겪었다. 또 자리도 실세 부총리에서 허울 좋은 정협 부주석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됐다. 모종의 죄를 뒤집어쓴 채 낙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장기 집권에 나선 시 주석 그룹의 견제를 당한 끝에 시쳇말로 '팽' 당했다고 할 수 있다.

군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류야저우(劉亞洲·72) 전 인민해방군 공군 상장(대장)의 횡액 역시 거론해야 한다. 그는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사위로 태자당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그룹의 일원인 시 주석이 집권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도움을 준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시자쥔으로 합류한 후 논공행상의 대상이 돼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칼을 맞고 낙마했다. 지금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방이라고 무사할 까닭이 없다. 상하이 서기 출신인 리창(李强·65) 총리가 천신만고 끝에 2인자에 올랐으나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는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납작 엎드리는데 성공하면서 지금은 시자쥔의 일원으로 평가받고도 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상하이방 출신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아예 종신 집권까지 노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주변의 반대 세력을 용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시자쥔의 파워도 극대화해야 한다. 한때 천하를 3분했던 중국의 권력 파벌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게 아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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