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된 공공 분양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 수요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 한 견본주택에서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수도권 집값 상승 흐름에 공공 분양아파트 '줍줍'(무순위 청약)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저렴한 분양가로 2~3년 전에 분양에 나섰지만, 당시 경기 침체에 외면을 받았던 단지들이 최근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신축 단지 분양가가 연일 치솟는 가운데 인근 단지 매매 시세가 오르면서 최초 분양가와 동일하게 나온 줍줍 물량에 투자 심리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 평택 고덕(고덕국제신도시) A-54블록은 지난달 19~20일 전용면적 59㎡형 3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49.2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2021년 6월 1582가구 공급에 나섰지만 미분양됐고,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도 여전히 잔여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다.
3년 전 최초 분양가인 3억760만~3억2900만원 대로 동일하게 분양가가 책정된 게 이번 줍줍 흥행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인근 단지의 같은 평형 시세가 3억 8~9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1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 화성시 화성태안 B-3블록 아파트 단지도 이달 1~2일 전용 84㎡형 7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355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은 4.5대 1. 이곳 분양가 또한 지난해 7월 최초 분양가와 같은 3억90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입주한 인근 단지의 같은 평형 시세(4억5000~5억원)에 비해 최대 1억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2022년 9월 659가구 분양에 나섰지만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화성시 화성비봉 A-3블록도 지난 11~12일 진행한 줍줍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잔여 200가구(전용 59㎡형) 모집에 507명이 청약 접수했다. 2010년 입주한 아파트의 전용 84㎡형 시세와 비슷한 2억6000~700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공 분양 단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된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공공 분양 단지 품질 개선 노력으로 민간 아파트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춘 단지가 늘어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분양한 공공아파트가 전국에서 공급된 모든 아파트 중 최다 청약 접수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진행한 경기 화성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 1순위 청약에서는 554가구 모집에 무려 13만3042명이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