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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대한민국 여기서 후퇴할 수 없다

[이각범 칼럼] 대한민국 여기서 후퇴할 수 없다

기사승인 2024. 04.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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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대한민국의 위기극복 위해 윤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견지해야
-총선 패배의 원인은 국민 애로를 공감하는 능력, 소통하는 능력 부족
-나라 안팎의 초특급 위기 극복을 위해 윤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해야
-배제의 정치가 아닌 포용의 정치로 당내인사들과 화합해야
-윤 대통령의 실패는 우리 국민의 실패이자 미래세대의 좌절을 의미하므로 윤대통령은 실패할 자유 없어

지금 국회에서 야권연합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요구를 맹렬하게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과 탈원전정책은 우리나라 경제전반을 망쳤다.

문 정권의 이념정책으로 우리나라가 복합위기 상황에 빠져있을 때 윤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하강하는 한국경제를 멈춰 세우고, 새로운 상승을 위한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세계의 주류국가들이 경제와 안보는 하나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세계전략을 펼쳐나가던 바로 그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안보시대의 국가전략을 구사하는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야당 중에서도 매우 힘 있는 원로급 인사는 "윤 대통령 부부가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거국내각을 하든지, 야당과 협치하라"고 했다. 의석 숫자만 믿고 조폭 같은 협박을 한 셈이다. 어차피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 누구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된다.

라인강 굽이굽이 지나가던 배가 로렐라이 언덕에서 배의 파선을 노리고 부르는 미혹의 노래에 귀를 막고 순항한 것처럼 윤 대통령은 어떠한 회유나 위협에 굴함이 없이 세계적 흐름에 일치하는 현재의 국정기조를 바꾸면 안 된다. 만약에 국정기조가 바뀐다면, 신들의 노여움을 사 끝없이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의 비극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계속돼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실패하여 야수들의 밥이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실패한다면 누가 아직도 진행 중인 경제와 안보 모두의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만약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는 날, 누가 앞으로 이 나라에서 위로부터의 외압과 탈탈 털림에 굴하지 않고, 강자들의 내로남불과 비리를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겠는가.

이번 총선 대패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 힘이 갖고 있던 내재적 문제가 현재화되고, 표면화된 의미 있는 패배였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철학적 기반이 탄탄한 분이다. 만약 유능한 엘리트로 참모진을 구성한다면 본인의 철학과 유능한 참모진의 보좌로 우수하고 능률적인 국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가정했을 법하다.
참모진 개개인의 스펙으로만 따진다면 역대급이 될 만도 했다. 그러나 우수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고 유능한 집단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마음이 엘리트 참모들의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후보 개개인의 지식과 경험에서 야당후보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들과의 공감능력 면에서 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전체의석의 절반이 걸린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참패한 이유가 자신들의 정책이 옳다는 자기 확신만 있었지, 시니시즘과 빈정거림으로 대응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른 데 있었다.

한마디로 범죄혐의자 이재명과 조국도 싫지만, 우리들의 어려운 형편을 나 몰라라 하는 윤석열이 더 싫다는 식이다. 정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추락하는 경제를 되살리는 데 몰두하고 있으므로, 상가와 미용실에서 국민들이 나누는 현실적 고통의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다. 국민들의 집단 기억력은 짧다. 비록 경제가 어려워지게 된 원인이 전임정부의 실정 때문이라고 해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야 한다. 고물가로 인한 고통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므로 현 정부가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다.

1964년 6월경이던가, 전력사정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전력난 극복방안을 직접 국민에게 브리핑하였다. 이후 얼마 뒤 당장의 전력난은 해소되었고 2년 안에 꿈의 무제한 송전이 실시되었다. 기업경영에 빗대어 말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정책생산은 잘했으나 마케팅이 잘 안 되어 생산된 정책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대통령 마케팅의 핵심은 대통령의 말씀이다. 대통령은 중요한 정책 현안에 대하여 언론에 정확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어스테핑 형식으로 하는 브리핑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대신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에게 맡겨야 한다. 현재 미국의 백악관이 이렇게 한다. '대통령의 파 한단 875원 언급'의 진실은 이렇게 했으면 물가를 챙기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밝혀졌을 것이다.

1980년대 이전부터 세계적 기업들은 CI(Corporate Identity) 작업이 기업가 치를 높이는 데 매우 긴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삼성, LG, SK, POSCO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CI 작업을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도 PI(Presidential Identity) 작업을 하여 'New Yoon'의 이미지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시중에 알려진 대로 호통치고, 격노하는 이미지가 아닌 소통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마음속 깊이 공감하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참뜻을 국민이 알게 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과 낙선한 당협위원장들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모여 당의 중요한 정책개발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와 각종 행사에 불려가서 축사하기에도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의힘'은 정책정당으로 변모하는 거당적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이번에 너무나 아까운 정책전문가들이 대거 낙선했으므로 정책위의장은 원외인사가 맡아 현역의원들과 수시로 정책토론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 안팎의 초특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제의 정치가 아닌 포용의 정치로 당내인사들과 화합하여야 한다. 윤 대통령은 실패할 자유가 없다. 윤 대통령의 실패는 우리 국민의 실패이고, 우리 미래세대의 좌절이며, 우리나라의 실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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