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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공급 넘어 개발… 한화에어로 ‘K-항공엔진’ 향한 날갯짓

부품 공급 넘어 개발… 한화에어로 ‘K-항공엔진’ 향한 날갯짓

기사승인 2024. 07. 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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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네티컷 법인 가보니
24시간 공정, 6000여 개 부품 생산
P&W 등 글로벌 3대 기업과 거래
독자 엔진 위한 공동연구도 활발
900만 달러 투입… 공정혁신 앞둬
미국 뉴욕 중심부로부터 2시간여 떨어진 한적한 동네 코네티컷주. 울창한 숲을 지나 마치 전원주택이 나올 것만 같은 곳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법인(HAU, Hanwha Aerospace USA)이 자리한다. 수개의 층과 단지로 이뤄진, 빼곡한 국내 공장들과 달리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널찍한 대지에 단층의 건물만이 존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화는 왜 이역만리 미국 코네티컷을 거점으로 삼았을까. 배경이 궁금했고 사업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HAU의 주요 사업장을 방문했다. 사업장은 총 4개. 체셔·뉴잉턴·글래스톤베리·이스트윈저 등이다. 통상 항공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2만여 개로, 이 중 4개 공장을 포함해 한화 글로벌 사업장에선 6000개가량의 부품을 생산한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은 이곳 HAU는 2019년 9월 코네티컷에 위치한 항공엔진부품 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해 출범했다. 항공기에 들어가는 엔진 부품을 직접 만들어 프랫앤휘트니(P&W), GE에어로스페이스 등 세계 3대 항공엔진사에 공급하는 건 물론, 이들과 공동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수백개의 항공엔진 제조업체에 밀집돼 미국 최대 항공엔진 산업 클러스터로 알려진 이곳에서 HAU는 자연스레 현지 기업, 사람들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박명환 HAU 재무팀장을 만나 마침내 이곳에 한화가 들어선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P&W가 코네티컷에 거점을 두고 있어 영업하기 수월한 데다, 독자 엔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세계 유수 기업들과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현지에서 원자재 조달은 물론 디자인, 제품 설계,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능해 향후 한국형 독자 엔진을 만드는 데 최적의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현실화해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은 제일 먼저 방문한 뉴잉턴 공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구축된 선반, 밀링 등 15개 기계 공정 설비는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 중이고, 케파(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한쪽엔 커다란 빈 공간을 마련해 뒀기 때문이다.

뉴잉턴 사업장에선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 및 디스크를 주로 생산한다. 두 부품은 엔진 내부에서 회전하며 공기를 압축시켜주는 핵심 부품 중 하나다. 회전체는 고정체와 달리 요구하는 기술이 까다로운 데다 2만~3만시간 비행 시,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라 수익성도 높다.

타이슨 샌드퀴스트 디렉터는 "앞으로 민수 장비에 600만 달러, 군수 장비에 3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라며 "장비 활용 개선 등 공정 혁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사업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인원인 280명이 일하는 체셔 사업장에서 주로 생산되는 것은 고정체다. 엔진 케이스 등 정밀 고정체와 엔진 조립을 위한 치공구를 만든다. 이들은 주로 엔진 가동 시, 회전하는 다른 부품을 감싸는 '뼈대' 역할을 한다.

실제로 군데군데 놓여진 작업장 테이블에는 거대한 금속의 케이스가 즐비해 있었다. 육안으로는 크기도 제품도 유사해 보이나 기능도, 보내지는 항공엔진사도 전부 다양하다. 대니얼 굴스카 디렉터은 "구조적으로 각 회사가 원하는 엔진 부품과 기능이 다르다"며 "우리는 수만개에 이르는 부품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일부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네티컷에서 미국 내 항공산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갖고 있는 입지를 확인했다. 회사는 HAU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항공엔진 독자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 창원, 베트남 하노이 등 각지에 글로벌 사업장이 마련돼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항공엔진산업 발달이 정점을 찍고 있는 만큼 이곳을 핵심 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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