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김이석 칼럼] 나랏빚, “미래세대 약탈”이자 인플레 부르는 “현세대 약탈”

[김이석 칼럼] 나랏빚, “미래세대 약탈”이자 인플레 부르는 “현세대 약탈”

기사승인 2023. 07. 03. 17:5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논설심의실장
 공공선택학(Public Choice)은 우리에게 국가를 운영하는 데 간여하는 정치인들의 선의에 기댄 '낭만적'인 정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마치 정치인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별종으로 공익을 사수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고 오해하지 말고 이들도 그들의 형과 동생인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공익보다는 자신의 재선과 같은 사익을 최고의 관심사로 삼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런 공공선택학의 관점은 현실과 이상을 구별하게 하는 매우 유용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자격 있는 시민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는 동기를 간과하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투표' 대신 다른 것을 하면 자신에게 이득일지라도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서 투표를 한다. 자기 한 표가 누가 당선되는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특별히 사적 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투표를 한다. 

 공공선택학의 관점에서 보면, 정치인들은 대개 자기 지역구에 더 많은 재정지출을 하도록 함으로써 재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유인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야 더 많이 지출을 할 수 있지만, 세금을 더 많이 내기를 좋아하는 시민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세금은 더 거두지 않은 채 나랏빚을 더 내어 인기에 영합하는 지출을 마구 늘리려는 경향이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제안한 것도 공공선택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매표적 성격의 지출 제안으로 볼 수 있다. 공공선택학의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이 쓴 《적자 속 민주주의》(Democracy in Deficit)도 결국 이런 문제를 지적한 저술이다. 내년 4월에 예정된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먼저 선심성 재정지출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여당으로서도 고민이 클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이런 지출을 강력하게 비판하자니 과연 그런 정책을 국민들이 지지해 줄 것인지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

 총선에서의 여당의 승리를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방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 각종 법률의 제·개정을 필요로 하는 개혁들을 실천해 나가려면 총선에서 여당의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현금성 국가재정지출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가재정이 어려운 가운데 무분별한 나랏돈 지출을 막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나랏빚의 증가를 두고 윤 대통령처럼 확실하게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성격"임을 말하는 대통령이 있었는지 잘 기억해 낼 수 없다. 아마도 윤 대통령과 똑같은 깨달음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알더라도 자신도 선심성 재정지출을 통해 표를 얻으려는 유혹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좀 더 풀어서 보면, 나랏빚을 더 내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은 발행한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민간이 계속 보유하는 경우와 이를 중앙은행이 인수하게 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민간이 계속 보유하는 경우에는 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참정권을 발휘해 본 적이 없는 미래세대는 이 빚을 세금으로 내서 갚아야 한다. 이런 국채의 발행에 한 번도 동의를 해본 적이 없는 미래세대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약탈'당하게 된다.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인수하게 되면 그만큼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신이 보유한 돈의 가치가 줄어든 만큼 현재 세대도 국채발행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최근 최저임금을 두고 경사노위에서 줄다리기가 한창이지만 노조가 이 문제에 더 깊이 파고들어서 임금을 더 올려줄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갑이 얇아지는 문제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