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장용동 칼럼] 어느 주택업체 오너의 파격 선행

[장용동 칼럼] 어느 주택업체 오너의 파격 선행

기사승인 2023. 08. 10.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KakaoTalk_20230322_165435456
아파트 단지마다 난리다. 인천 검단 아파트에 이어 추가로 15곳에서 철근 누락 시공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실 공사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시공한 무량판(無梁板) 구조의 민간아파트까지 정밀 조사가 진행된다니 다행이다. 건설 공사는 제조업 상품과 달리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도 여러 업체가 맡아서 진행하는 다층구조인데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특수성 때문에 부실 우려가 크고 책임 소재도 가려내기가 힘들다.

이번 부실 공사의 원인으로 드러난 무량판 구조의 철근 누락 역시 마찬가지다. 무량판 구조는 위에서 누르는 슬래브 하중을 수평 대들보 없이 기둥으로 떠받치는 것이어서 철근 보강이 필수이며 절대 중요한 공정이다. 그런데도 철근 보강을 설계에서 빠뜨린 건축구조사무소는 물론이고 이를 감독하는 감리회사, 무엇보다 이를 알아채지 못한 원청 건설회사, 직접 철근 배근과 콘크리트 타설을 맡아 시공한 철콘 전문업체 등의 연속된 과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구나 저가 출혈경쟁을 벌이는 치열한 입찰 풍토와 협력업체를 쥐어짜 밑도급을 주고 이를 재하도급하는 과정도 건설 공사 부실의 요인이다. 철근 등 자재 물량도 줄이라고 압박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현장에서 필요한 도면을 구조개념도 잘 모르는 재하청 업체 사람들이 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니 현장 사고는 물론이고 부실공사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수주나 도급공사보다는 자체 사업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재하청구조 등 현장 운영은 마찬가지지만 원가 압박이 수주공사보다는 비교적 약하고 수익성도 양호하다.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주택사업은 인허가의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런 능력만 있다면 떼놓은 당상이다. 공공택지나 자체 사업 부지를 은행 돈 빌려 매입하고 자체 설계를 해서 직접 시공하다 보니 현장 실행 원가도 여유가 있고 공사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물론 분양이 문제지만 입주 전까지 팔리면 수익은 보장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경기에 따라 주택 경기 부침이 심한 만큼 잔뜩 땅을 샀는데 분양이 안 되거나 입주가 되지 않으면 앉아서 망할 수밖에 없다. 남의 돈을 쓰는 만큼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달하는 현금흐름이 깨지만 부도나 파산이 불가피하다. 라이프주택을 비롯해 청구나 우성건설처럼 내로라하는 아파트 명문기업이 졸지에 망하거나 현재도 많은 주택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침이 극심한 주택건설업계에서 여러 번 정치권에 휘말렸음에도 오뚝이처럼 살아나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바로 부영이다. 최근에는 오너 이중근 회장이 친척은 물론이고 고향마을 거주인들에게 1억원의 현금을 통장으로 송금하면서 화제다. 또 자사 아파트 단지에 입주 민원을 즉시 해소할 수 있도록 30억원을 들여 고충 처리센터를 만든 것 등도 이례적이다. 무상으로 기숙사를 지어주면서도 실내 장식이나 기자재는 철저히 배제하고 해외 개도국에 피아노를 제공해주면서도 공항까지만 배달해주는 그의 독특한 기부패턴이 바뀐 것일까.

창사 이래 대략 352개 단지, 총 27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한 부영은 타 업체와 달리 9만여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지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분양주택을 지어 자금과 수익의 단기 회임에 집중할 때 부영은 현금 회임이 느리고 민원이 많은 서민 임대사업에 몰두한 것이다. '싸게 빨리 건설해 서민 주거를 해소하자'라는 오너의 주택사업 경영철학에 따른 것으로, 이는 외환위기를 등을 거치면서 현금 확보의 결정적 계기가 됐고 추후 무주 리조트 등 레저 회사 인수와 송도·남양주·평택 등 대규모 토지 확보의 실탄이 됐다. 이 회장의 밀어붙이는 뚝심은 황제 경영이란 비판도 있지만 그의 기다림 미학이 되레 어려운 건설환경을 극복한 진짜 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