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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교훈

[이효성 칼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교훈

기사승인 2022. 04. 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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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며칠 만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겼다. 그동안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사상자와 건물 파괴 등을 포함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침략을 감행한 러시아도 많은 병사와 전쟁 물자를 소모하고, 군사 강국의 체면을 잃고, 국제적으로는 침략자로 낙인이 찍히는 피해를 입었지만 전황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미 이 침략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러시아에게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침략자라는 불명예만 안겨준 굴욕과 패배의 전쟁으로 평가될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는 전쟁이 왕들의 놀이였다. 그때는 인명 존중 사상도 없었고 정복으로 상대의 영토와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은 훌륭한 업적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현대에는 특히 21세기에는, 인명이 존중되고 인지가 발달하여 전쟁은 정당화되지 못한다. 적의 침략을 받았다거나, 적이 부당한 간섭이나 요구를 한다거나, 적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가졌다거나 하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이 감행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전은 무기의 살상력과 파괴력이 매우 커서 그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아무런 명분이 없다. 러시아가 위협받은 적도 없다. 러시아의 침공 행위는 과거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에 의한 일종의 전쟁놀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쟁놀이는 시대착오다. 오늘날은 정복이 아니라 산업과 문화의 발전과 교역의 확장을 통해 국리민복을 꾀하고 착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의 정당한 대외 전략으로 인정된다. 그럼에도 푸틴은 정복을 택하는 우를 범했다.

그 때문에 그 전쟁은 국내외의 반발과 저항을 샀고, 우크라이나는 외국과 외국인들의 지원을, 반대로 러시아는 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예상과 달리 군사 약소국 우크라이나는 훨씬 더 잘 싸우는 반면에 군사 강대국 러시아는 훨씬 더 못 싸우고 있다. 이 전쟁으로 러시아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고, 이겨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그치게 됐다. 결국 명분 없는 전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자국에게 엄청난 피해와 상처만을 안기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군사강대국도 함부로 약소국을 얕보고 침략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의 단결되고 용기 있는 저항으로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전세를 이끌 수 없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러시아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세지만 자국에 대한 침략을 막아내고 자국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국민들의 결연한 자주성과 이에 기반한 결사항전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러시아의 진군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지도부가 자신들의 안위를 버리고 국토방위에 앞장서자 자국민은 물론 많은 외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을 감동시켜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얻어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오르고, 무기를 비롯한 많은 전쟁 물자를 지원받아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전쟁과 같은 위기에서도 그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싸우면 중과부적의 전쟁도 승리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그러나 침략에 대항하는 전쟁일지라도 막거나 피하는 것만은 못하다.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을 가진 우크라이나로서는 제국주의적이고 호전적인 러시아에 대해 균형감을 가진 외교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고 국토가 폐허로 변하는 참상은 피했을 것이다. 아니면 강대국도 함부로 침공할 수 없는 정도의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도 못하면서 외교에서 어느 한쪽으로만 기우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 점은 비슷한 지정학을 가진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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