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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남녀상박(男女相撲)

[아투 유머펀치] 남녀상박(男女相撲)

기사승인 2021. 12.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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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아내가 모처럼 파마머리를 하고 들어오자 남편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졌다. “왜 허락도 없이 그렇게 머리를 바글바글 볶았어?” 그러자 아내 또한 불만스러운 어투로 즉시 대응을 했다. “그러는 당신은 왜 물어보지도 않고 머리가 그렇게 대머리가 되었수!” 중년 부부의 이 같은 설전은 차라리 정겹다. 호텔 커피숍에 맞선을 보러 나온 젊은 남녀의 말씨름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다.

남자는 씨름 선수 같은 우람한 체격인데, 여자는 무척 야윈 모습에 볼품이 없는 몸매였다. 첫눈에 서로 엇박자가 난 탓인지 말투 또한 애초부터 삐딱하게 나가고 말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근수가 좀 나가겠네요”라고 묻자 “보기보다 안 나갑니다. 머리는 텅 비었고 허파엔 바람뿐이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반격하듯 물었다. “그쪽은 근수가 거의 없겠는데요?”

여자의 대답도 만만찮았다. “보기와는 달리 무겁습니다. 머리는 돌이고 얼굴에는 철판을 깔았습니다. 간뎅이는 부었구요...” 이번 대통령 선거판처럼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편을 가르며 갈등을 확산시키는 고약한 전례는 없었을 것이다. ‘여성가족부’라는 정부 부서 명칭을 두고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한쪽은 ‘여성을 위해서’라고 하고, 한쪽은 ‘남성의 입장에서’라고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정치적 성향과 특정 정당 지지율이 단지 남녀라는 이유만으로 담을 쌓은 듯 엇갈렸다고 한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여혐’과 ‘남혐’ 공방전이 벌어진다. 극심한 취업난에다 군복무 가산점 등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 없는 딸이 어디 있고 어머니 없는 아들이 어디 있는가. 누가 누구 편을 들라는 것인가.

연령과 세대 차이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이나 선호하는 정치인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20대인데도 남녀 간에 정치적인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창 서로를 갈구하고 사랑하며 세상사를 공감해야 할 꽃다운 나이들이 아닌가. 게다가 화합을 도모해야 할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남녀의 대립을 부추기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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