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 유머펀치] 무속논란

[아투 유머펀치] 무속논란

기사승인 2022. 02. 27. 17:5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돈깨나 있어 보이는 귀부인이 용한 무속인을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제 딸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남자랑 어울려 다니면서 못된 짓을 일삼아요. 도대체 누구를 닮아 그런 걸까요.” 그러자 무당이 눈을 지그시 감고 방울을 흔들더니 “집안에 외국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부인이 “사돈에 8촌까지 꼽아 봐도 외국인은 없다”고 하자, 무당이 중얼거렸다. “분명히 Jiemy(지에미)를 닮았다는 점괘가 나오는데...”

어느 목사님이 산길을 걷다가 호랑이에게 잡히고 말았다. 목사님은 하나님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무지한 짐승이지만 종교적인 심성을 지닌 크리스천으로 거듭나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호랑이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호랑이의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하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어 감사하나이다...”

사찰의 큰 현안을 두고 산중에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낸 주지 스님의 말이 “십자가는 내가 지겠소”였다. 산에서 내려오던 한 스님은 떨어지는 나뭇가지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내뱉는 말이 “아이쿠 하느님”이었다. 인간은 사는 게 무료해서 마시는 주(酒)님을 만들고, 죽는 게 두려워서 모시는 주(主)님을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모든 것은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녀도(巫女圖)’는 토속적 샤머니즘의 세계관과 새로 들어온 기독교적 세계관의 충돌·대립의 현장을 그렸다. 종교적 갈등이 빚어낸 혈육 간의 비극적 결말이다. 어미와 자식 간의 정마저 도외시한 극단적인 종교관의 대립에서 정녕 무엇이 승리하고 무엇이 패배했을까. 무속을 미신으로 단죄하고 들어온 서양의 종교는 우리 삶의 안팎에 무엇을 가져다주고 무엇을 앗아갔을까.

대선 정국이 무속(巫俗) 논란에 빠져있다. 곡절 많은 인생, 자신의 운명과 팔자가 궁금해서 역술가와 점집을 기웃거리지 않은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맹신과 중독으로 패가망신하는 것은 무속이나 종교나 다를 바가 없다. 사회질서의 교란이나 범죄행위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개인적인 종교 생활이나 전래의 무속적 심성을 일방적으로 비하하고 매도할 일은 아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