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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수사보고서에 ‘피의자 자진 출석 의사’ 누락한 경찰관, 대법서 무죄

[오늘, 이 재판!] 수사보고서에 ‘피의자 자진 출석 의사’ 누락한 경찰관, 대법서 무죄

기사승인 2023. 11.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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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A씨, 허위공문서작성·직권남용 유죄 대법서 파기환송
法 "내용 상세히 안적었을뿐, 거짓 아냐…고의성 증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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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보고서에 피의자가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소재 불명이라고 한 뒤 체포영장을 집행했더라도 고의성이 없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직권남용체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베트남 국적 피의자 건설노동자 B씨의 특수상해 사건 주임수사관이었다. B씨는 2020년 6월경 피해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다음 도주했다가 7월6일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현장소장 C씨를 통해 경찰서로 출석하겠다며 의사를 A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다른 사건 수사로 외근 중이던 A씨는 C씨에게 '오늘은 조사가 어려우니 다음에 오라'는 취지로 B씨 출석을 보류 시켰다. 이후 B씨는 SNS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C씨와 연락하며 경찰 소환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A씨는 다음날인 7월7일 수사보고서에 'B씨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불상지로 도주한 상태이며, 현재 소재 불명'이라는 취지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7월17일 B씨를 체포했다.

이후 A씨는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인 수사보고서로 검사와 판사를 기망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유리한 사정을 기재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으나 허위 기재라고 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B씨가 C씨를 통해 연락이 가능했고, 자진 출석 의사가 있었으며, A씨의 사정으로 출석이 보류됐던 이상 체포사유 유무에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중요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2심이 잘못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B씨에 대한 체포 사유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수사보고서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허위공문서작성에 관한 확정적·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 판단 근거로 △B씨가 출석이 보류된 이후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거나 거주지로 복귀하지 않은 점 △B·C씨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는 하나 언제든지 단절할 수도 있었던 점 △A·B씨가 직접 통화하지 않아 진정으로 출석 의사가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지 못했던 상태였던 점 등을 들어 A씨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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