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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매미와 풀벌레 소리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매미와 풀벌레 소리

기사승인 2021. 08. 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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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여름은 곤충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곤충은 주로 여름에 성장하고 번식하기 때문이다. 곤충은 종의 수가 200만~250만 가지나 될 정도로 실로 다양하다. 곤충은 파리나 모기처럼 사람이나 짐승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꽃가루받이를 통해 식물의 번식을 돕기도 하고, 유기물의 분해를 통해 환경 정화에 기여하기도 하고, 다른 동물에게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도 하며, 미래에 인간의 식량 자원으로 연구되기도 한다.

그 많은 곤충들 가운데 좋은 의미에서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곤충으로는 매미와 풀벌레를 들 수 있다. 이들이 인간에게 친숙한 것은 그들이 발성기관을 가지고 있어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상당히 큰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사실, 매미는 나무 가지 위에 붙어서 수액을 빨고, 풀벌레는 흔히 풀숲이나 어둑한 땅에서 서식하는 데다 모두 보호색을 하고 있기에, 이들을 눈으로 보거나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소리를 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도 그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존재를 깨닫게 되어 친숙하게 된 것이다.

매미나 풀벌레나 모두 짝짓기를 위해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는 소리를 낸다. 이들의 수컷은 종족 유지를 위해 자기 종족의 암컷이 반응할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는 동시에 인간의 청각에도 닿아 인간의 반응도 일으킨다. 무더운 여름의 적막을 뚫고 들리는 이들의 소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절을 짐작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감흥을 느끼게 하기도 하는 등 적지 않은 정서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그들은 정서(情緖) 곤충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곤충의 울음소리에 관한 많은 서정시들은 이들이 정서 곤충임을 입증한다.

매미의 수컷은 복부의 발음기관으로 작은 소리를 만들면 이것이 뱃속의 울림통에 공명되어 북처럼 상당히 큰 소리가 된다. 그래서 수많은 매미들이 일시에 울어대면 온 동네가 요란해진다. 매미의 애벌레는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진을 빨아 먹고 자라다가 대체로 2~3년 만에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약 1~3주 동안 사는데 이 사이에 짝짓기를 해야 하기에 필사적으로 운다. 그 때문에 울림통이 발달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국에 많은 유지매미와 참매미는 7년 주기로 출현하지만, 북미의 ‘브리드 X’라는 종은 무려 17년을 주기로 수십억 마리가 대거 출현한다. 2021년이 ‘브리드 X’의 출현 주기에 해당되어 이들이 지난 6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 비행기에 떼로 달려들어 5시간이나 그 이륙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소리를 내는 풀벌레들은 대체로 메뚜기목의 여치류와 귀뚜라미류의 곤충들이다. 이들의 수컷들은 좌우의 앞날개를 서로 부딪쳐서 현악기에 가까운 마찰음을 낸다. 마찰하는 날개의 한쪽은 줄칼 모양의 시맥(翅脈)이 현에 해당하고 이 시맥을 마찰하는 반대쪽 날개 부분은 활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는 가녀린 깽깽이소리와 유사하다. 이들의 소리는 낮에는 매미소리에 치여서 잘 들리지 않지만 매미가 울지 않는 밤에는 잘 들린다. 이들의 소리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 주이지만, 영역 주장이나 싸움이나 교미를 위한 것도 있는데 그 용도에 따라 소리가 상이하다고 한다. 풀벌레는, 특히 귀뚜라미는, 그 소리가 가냘프고 아름다워 그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 기르기도 하는 대표적인 정서 곤충이다.

매미는 대체로 7월부터 9월 초까지 찌는 무더위 속에서 요란하게 울며 존재를 과시하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따라서 매미 소리는 무더위를 알리는 소리이기도 하고 여름이 끝나가는 소리기도 하다. 반면에 풀벌레, 특히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알기는 (음력) 7월 귀뚜라미”라는 속담처럼, 주로 늦여름에 시작되어 가을로 이어진다. 그래서 풀벌레 소리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미가 사라지면, 풀벌레 소리가 더 잘 들린다. 그때 섬돌 밑에서 들리는 가늘고 처량한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며 까닭도 없이 우리의 심금을 울려 막막하고 처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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