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인터뷰] 박화영 원불교 교무 “시대 맞는 교화법, 프로그램 필요해”

[인터뷰] 박화영 원불교 교무 “시대 맞는 교화법, 프로그램 필요해”

기사승인 2022. 11. 21. 11:0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원불교 부산울산교구 여성 교무...청소년 지도 담당
다양한 성직자 필요...수행, 본인 의지에 달려
원불교 박화영 교무 인터뷰
원불교 부산울산교구에서 청소년 지도를 맡고 있는 박화영 교무(42)는 원불교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교화법을 바꿔야 한다고 보는 인물 중 하나다.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간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박화영 교무. /송의주 기자songuijoo@
원불교는 최근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여성 교무(교역자)를 대상으로 한 낡은 제도를 대폭 바꿨다. 개교 104년 만인 2019년에 여성 교무의 독신의무는 사라졌다. 검정치마·흰저고리의 여성 정복은 양장으로 바뀌었다. 젊은 여성 교무일수록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박화영 교무(42)는 부산울산교구에서 청소년을 지도하는 여성 교무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원불교가 적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교화법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음은 박 교무와 나눈 이야기다.

-어떤 계기로 교무의 길을 걷게 됐나.

"원불교가 모태신앙으로 숙명여대에서 정보방송학과 홍보광고학을 복수전공을 했다. 신앙은 있었지만 대학 때는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후 광고기획회사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했고 재미있게 일했다. 그러다가 원불교 훈련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때가 전환점이 됐다. 똑같이 열심히 살 거면 하루를 살더라도 진짜 가치 있는 곳에 힘을 쏟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원불교 교무의 길을 걷게 됐다."

-여성 교무의 복장이 현대화되고 결혼도 가능하다. 이런 종단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에는 여성 교역자들이 지원할 때부터 정녀(貞女·여성 독신 수도자) 지원서를 내야 했다. 그러나 생활불교를 목표로 했던 소태산 대종사(원불교 창시자)께선 결혼을 막지 않으셨다. 그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정녀의 삶을 원해서 선택했지만 다양한 형태의 성직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연히 임신한 성공회 여성 사제가 로만 칼라(사제복)를 입고 있는 모습을 봤다. 매우 신선한 느낌이었다. 원불교의 최근 변화가 나이 든 분들에겐 낯설 순 있지만 저출산 시대에 맞는 변화라고 본다."

-원불교 교무로 독신과 결혼하는 삶을 비교할 때 어느 길이 수행에 더 바람직한가.

"수행은 결혼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수행은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한 원로 교무님이 어떤 교무를 밑에 두셨는데 그 교무는 신혼시절이었음에도 꼭 새벽시간에 교당 와서 새벽 정진을 한다며 '그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하셨다. 저는 혼자 살지만 일이 많아서 오롯하게 수행할 시간이 적게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선(禪) 수행을 한다. 짧게 한다고 수행이 아닌 건 아니다. 염불 수행도 있고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수행을 하지 않으면 샘물이 마르듯이 삶이 힘들어진다. 잠깐이라도 선을 해야 새로운 생각이 나오고 실천이 된다. 수행 성과는 본인이 얼마나 절실한가에서 오는 것 같다. 결혼했다고, 일이 많다고 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청년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들을 위해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청소년 교화라고 하면 같이 놀아주면 됐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야 한다. 애들부터가 시간이 없다. 신도를 만드는 교화(전도) 방식 대신 원불교의 가르침을 최대한 접하게 하는 간접 교화 방식을 쓰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직접 도움이 되거나 즐겁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에다 학생인권조례 이후 종교가 학교 안에 들어가기 어려워졌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아이들과 만날 기회를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화를 위해 에니어그램을 쓰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애용하는 이유는?

"시대 변화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개인적 판단이기는 하나 에니어그램은 꽤 정확한 심리 프로그램이다. 원불교는 상대방에게도 불공(佛供·진리를 위해 물질적·정신적으로 바치는 일)을 드리라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상대에게 해주는 건 불공이 아니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면 상대방에게 맞는 불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녀갈등이 심한 것 같다. 수행자로서 남녀문제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페미니즘에 대한 막연한 불편함이 있었다. 두 달쯤 전에 성평등 교육을 받았는데 불편하게 느낀 이유를 알게 됐다. 교육 내내 '남자는 잠재적 성범죄'라는 것을 주입시키고 있더라. 이런 식으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 때부터 상대의 성(性)에 대해 이해를 하고 존중·배려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상대의 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가야 남녀갈등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

-개인적인 견해여도 좋다. 원불교가 수행적인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체계적인 방법론이 좀 부족하다고 느낀다. 좌선의 경우 제대로 방법을 알고 자세를 잡고 앉으면 1분만 해도 잘된다. 반면 기초지식 없이 그냥 앉아 있는 경우 효과는 천지차이다. 신입 교도를 위한 기초 수행법이나 단계별 과정이 생략돼 있다고 느낀다. 이런 부분을 보강했으면 좋겠다."

-원불교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전에 어느 교무님이 다른 종교인과 대화하는 방송에서 나와서 원불교를 '벤처기업'으로 비유하셨다. 그만큼 원불교는 아직 개척하지 않은 분야가 많다. 뭐든 그릴 수 있고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신난다. 또 믿기만 하는 종교도 아니고 수행만 하는 종교도 아닌 두루 원만한 종교라는 점이 좋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예전에 진지하고 깊이 성찰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웃으면서 즐겁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 같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내 얼굴만 봐도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편안해졌으면 한다. 이게 인생의 목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