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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포커스] 피해자 두번 울리는 처벌불원서 강요…“스토킹 될수도”

[아투 포커스] 피해자 두번 울리는 처벌불원서 강요…“스토킹 될수도”

기사승인 2024. 04. 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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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협박해 처벌불원서 받아내
법조계 "강요·스토킹 범죄 가능성"
작성 경위 꼼꼼히 확인해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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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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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형사14부는 지난 3일 아내의 지인인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20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냈는데,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A씨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한 사실을 밝혀냈다.

A씨의 사례처럼 피해자를 협박해 처벌불원서를 받아내는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불원서를 내면 법원에서 이를 기계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강요죄·스토킹 범죄를 적용해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법상 '처벌불원서 강요'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별도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처벌불원서를 통해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가 근절되지 않는 중이다. 축구선수 황의조 역시 사생활 영상 유포 혐의 피의자가 형수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해당 영상에 등장한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서 작성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폭행·협박·명예훼손 등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의 경우 처벌불원서는 더욱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통상 피해자들은 피의자가 거듭 선처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건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을 때 작성하게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2차 가해 행위가 반복되곤 한다.

장윤미 변호사는 "처벌불원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행·협박이 있었을 경우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연락, 반복적인 메시지 역시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어 문제가 심한 경우 행위에 따라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자 합의가 된 것으로 보고 전후 과정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신숙희 대법관은 수원고법 판사 시절 이른바 '브이글로벌 사기' 사건 항소심을 맡아 금전을 미끼로 받아낸 처벌불원서를 양형인자로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신 대법관은 당시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사정은 인정되나, 가상화폐 지급 등을 통해 피해를 배상하겠다는 내용이기에 실질적인 피해회복으로 보기 어렵고 궁박한 처지에 처한 피해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정함에 있어 중요한 정상으로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신진희 변호사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가 피의자를 처벌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확인한 경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약 처벌불원서를 피고인이 냈다고 하면 어떻게 작성 받아 제출했는지 재판부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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