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경찰청 24시] 영화에서 보던 인터폴, 서울에 모인 이유

[경찰청 24시] 영화에서 보던 인터폴, 서울에 모인 이유

기사승인 2024. 06. 22. 09: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18~20일 서울서 '국외도피사범 검거 작전 회의'
해외도피사범 20명 공유…10월 태국 회의서 점검
국내 수사관 외연 확장…작전 도중 검거 성과
INFRA SEAF 회의
이용상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INFRA SEAF(인프라 시에프) 작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찰청
경찰청 24시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도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무리가 호텔 내 마련된 회의장에 모여 앉았다. 평범한 회의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소속이자 각 나라를 대표해서 온 경찰관들이다.

대한민국 경찰청은 이날 인터폴과 함께 이 호텔에서 '국외도피사범 검거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경찰청 주도로 이뤄진 이 작전회의에는 인터폴 사무총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국 인터폴 회원국 경찰관 80여 명이 참석했다.

해외 도피사범 명단 공유…"끝까지 쫓는다"

작전회의에는 한국 경찰과 필리핀, 베트남, 중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태국, 홍콩,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경찰이 함께했다.

참여국들은 작전회의에 앞서 '중점 추적 대상자 명단'을 교환했고, 자국 내 체류가 추정되는 도피사범의 출입국 기록 및 소재지 정보를 미리 파악해 한자리에 모였다.

각국은 이날 작전회의에서 총 64명의 주요 도피사범 명단을 공유했고,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해외 도피사범 20명의 이름을 명단에 올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도피사범 20명 중 18명은 최우선 검거 및 송환이 시급한 '핵심' 관리등급 대상자"라며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올해부터 전국 수사부서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 가운데 해외로 도피한 이들을 대상으로 관리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관리등급은 △핵심 △중점 △일단 등 3가지로 분류되며, 보이스피싱·전세사기 등 악성사기 및 마약 등 중독성 범죄 사범이 '핵심'으로 분류된다.

작전회의는 이날부터 20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경찰청은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을 차례로 만나 '연쇄 양자 공조 회의'를 진행했고, 양국이 사전에 파악한 피의자의 소재지 정보, 추가 추적 단서를 교환했다.

교환된 정보들은 곧바로 각국 경찰기관에 공유됐고, 작전회의 도중에도 피의자 검거 작전이 실시간으로 짜여지기도 했다.

INFRA SEAF…작전 도중 국내서 도피사범 검거

이번 작전회의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 경찰청과 인터폴의 합동작전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도피사범 검거작전(INFRA-SEAF)이다.

소위 인프라 시에프(INTERPOL Fugitive Round-up & Arrest, South East & East Asia Fugitive)라고 불린다.

인프라 시에프 작전회의는 경찰청이 인터폴에 펀딩한 프로젝트로, 지난해 4월부터 오는 2026년 3월까지 진행되는 3년짜리 프로젝트다.

경찰청은 인프라 시에프 외에도 경제범죄(HAECHI), 마약범죄(MAYAG), 지적재산권 침해(I-SOP) 등 여러 기금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치 프로젝트의 경우 인터폴 사무총국이 우리 경찰을 지원해 가상자산 개발을 미끼로 피해자 약 300명으로부터 투자금(피해액 2억7000만원)을 가로챈 사이버 금융사기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이번 인프라 시에프를 이끌면서 각국에 피의자 검거를 위한 미션을 제시했고, 오는 10월 태국 방콕에서 인프라 시에프 2차 작전회의를 열어 피의자 검거 성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인터폴 기금 사업
대한민국 인터폴 기금 사업. /경찰청
인프라 시에프는 해외 도피사범 검거라는 주요 목적 외에도 국내 수사경찰들의 외연 확장에도 도움을 줬다.

전국 시도경찰청을 비롯해 전국 경찰관서의 수사 부서에선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할 경우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서를 발부 받은 뒤 국제공조를 바라봐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피의자가 도피한 해당 국가 경찰에 도피사범 관련 정보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직접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을 가장 목 말라한다.

인프라 시에프는 이러한 일선 수사관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사흘간 진행된 인프라 시에프 회의에는 마약, 사이버, 경제 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부서의 과·계장, 실무자를 비롯해 경남경찰청, 경북경찰청, 울산경찰청 등 일선 수사관들이 개별 양자 회담에 적극 참여해 해외 도피사범에 대한 추적 단서를 제공했다.

작전회의에 참석한 현장 수사관들은 처음으로 직접 국제공조 회의를 경험했고, 국외 도피사범 추적 과정에 대한 이해는 물론 수사 역량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다. 인터폴 사무총국과 아·태 지역 경찰관들도 한국 경찰의 열정과 전문성에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이번 회의 기간 도중 베트남 요청에 따라 국내에 도피 중이던 베트남인 1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경찰청 이용상 국제공조담당관
이용상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INFRA SEAF(인프라 시에프) 작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찰청
인터폴 공조 강화…그 중심엔 '스페셜 리스트'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은 지난해부터 인터폴과의 공조 및 협조 관계를 이전보다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인터폴에 기금한 만큼 인터폴 활용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과 반성 끝에,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터폴 관련 작전을 차례로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의사 결정 중심에는 이용상 경찰청 국제공조담당관의 리더십도 있었다.

이용상 국제공조담당관은 인터폴과의 기금 사업 등 그간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경찰청의 국제공조 정책의 물줄기를 틀어 정책 간 연계 및 상호 순환할 수 있게끔 업무 체계를 바꿔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치안 기구에서의 대한민국 경찰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향후 국내 인터폴 총회 개최 구상까지 그리고 있다.

이용상 국제공조담당관은 "인터폴에 펀딩하고 기여하는 만큼 성과를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또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동료들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법 집행기관들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게끔,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으로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