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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없어 직권남용 성립안돼… 채상병 사건 본질은 항명”

“수사권 없어 직권남용 성립안돼… 채상병 사건 본질은 항명”

기사승인 2024. 07. 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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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군사법원법 개정안 시행
이첩보류 어긴 박정훈 대령 '법 위반'
지난해 채상병 사건 발생 후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이 군사법원법을 어긴 행위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채상병 사건의 본질을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 만큼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확실시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는 특검법 추진 절차와 여당이 제외된 특검 후보자 추천 규정 등 '독소조항'을 이유로 특검법에 반대해왔다. 그에 앞서 채상병 사건 자체를 군 간부가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명령을 어긴 항명 사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정훈 대령 항명'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거대 의석을 무기로 국회 소관 상임위 숙려 기간도 생략한 채 특검법을 밀어붙이면서 이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그러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상대 현안질의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상이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 실장은 "채상병 사건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대령이 어긴 항명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은 정 실장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박정훈 대령 항명' 주장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이 벌어진 20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군사경찰의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가 군사법원법을 개정해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 내 사망 사건은 민간 경찰이 수사하도록 했다.

다만,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할 때 '범죄 혐의 인지'의 개념과 시점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법사위 여당 간사였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인지'에 대해 "범죄 사실을 알면 바로 신속하게 (기록을 민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의심나는 정황만 발견되면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개정법이 2022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통령실과 여권 등에서 '박정훈 대령 항명'의 주요 근거로 개정 군사법원법을 들고 있는 이유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의 국회·언론 설명과 경찰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그는 이후 군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무단으로 방송에 출연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전 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직권남용죄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통령실과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해병대 수사단에 채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 남용할 권한이 국방장관에게도 없다는 논리다.

법조계에서도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됐으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관 사례를 들며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박 대령은 채상병 사건 조사보고서 이첩 후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당일 수사단장 보직에서 즉각 해임됐다. 그는 '집단항명 수괴'에서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으로 혐의가 바뀐 채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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