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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국제 관계에서 원칙의 문제

[이효성 칼럼] 국제 관계에서 원칙의 문제

기사승인 2023. 04. 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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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의 면담을 통해 민감한 국제 문제 두 가지에 대해 언급했다. 하나는 한국이 한국 전쟁에서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았듯, 우크라이나의 방어 및 재건과 관련하여,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또는 심각한 전쟁법 위반의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인도적, 경제적 지원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고 말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만에서의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때문이며, 국제 사회는 그런 변화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국제적 문제라고 주장한 점이다.

미국과 어느 정도 협의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 발언에 대해 미국은 환영을 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자기들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러시아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취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전쟁에 대한 일정 단계의 개입을 뜻한다"고 답했다. 푸틴은 작년 10월 "지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 그렇게 된다면 러한 양국 관계는 파탄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북한과 핵 분야 협력을 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고 선제적으로 말했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전랑외교의 예에 따라 매우 격렬하게 반응했다.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몫이며, 다른 사람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불러 "말 참견을 말라"는 중국 외교부 브리핑이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그 다음날 친강 외교부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인 대만 문제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살벌한 표현으로 경고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 내부의 논란은 차치하고 러시아나 중국의 반응이 합당한지의 여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구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하자 미국의 주도로 16개국의 유엔군이 참전하여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오늘날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존재와 번영은 국제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국이 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게 군사적 지원을 해달라는 미국과 나토의 요청을 계속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에게 한국의 그런 태도는 배은망덕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런 처지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도 러시아는 한국을 비난할 수 없다. 그들은 북한의 남침 때 북한에 무기를 지원했고, 지금의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도 기술 지원을 해왔기 때문이다. 자기들은 우리의 적인 북한에 무기를 주었고 무기 개발을 도우면서 우리에게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대만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자기모순의 극치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은 중국의 독단적인 주장일 뿐이다. 2천만이 넘는 대만인들은 중국과는 다른 정치 체제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독립국으로 살기를 원한다. 주민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나라를 힘으로 합병하려 하면서 내부 문제이니 간섭하자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중국은 남북한의 내전인 한국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여 개입하여 통일을 막고, 그 행위를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찬양한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한국이 그에 개입하여 한중원대(抗中援臺) 전쟁으로 칭송해도 중국은 할 말이 없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의 한국전 개입을 반성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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