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약에 취한 거리, 제2의 켄싱턴이 되지 않기를

기사승인 2023. 08. 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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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경찰서 김한솔 순경
마약에 취한 거리, 제2의 켄싱턴이 되지 않기를...
충남 예산경찰서 김한솔 순경
마약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를 덮치고 있다. 마약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한국도 더는 그렇지 않다. 하루에 한 번씩 마약 관련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우리 사회에 마약이 많이 퍼져 있다는 걸 체감하는 중이다. 왜 마약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마약을 어디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으며 비밀 채팅도 가능한 소셜네트워크로 마약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채팅프로그램은 비대면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마약을 장소, 시간에 별다른 구애 없이 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던지기 수법이 있다. 판매자가 운반책에게 지시하여 무인포스트(에어컨실외기, 소화전, 우편함, 공중화장실 등)에 마약을 은닉한 후 매수자에게 돈을 받고 장소(사진)를 통보해 매수자가 마약을 찾아가게 하는 수법이다.

즉 대면하지 않고 마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운반책은 도보 또는 미등록 오토바이를 타고 지역을 특정해 일괄적으로 마약류를 은닉한다. CCTV가 없고 개방된 장소를 활용하며 지퍼백으로 된 비닐봉투에 마약류를 담아 기타 용기에 넣어 포장 후 보이지 않게 틈새에 끼워넣거나 땅에 묻기도 한다. 손쉽게 연락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경찰 수사망을 속이며 마약 거래가 이뤄진다.

마약 확산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전반에 깔린 마약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여러 매체에서 마약을 모티브로 한 내용이 많아지고 마약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해 단어의 이미지를 가볍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마약이 위험한 것이 아닌 호기심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가 됐다.

호기심으로 마약을 접해 중독된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영상을 제작하고 마약의 부작용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하고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각 공공기관, 자치단체, 학교 등에서 캠페인을 개최하며 청소년과 성인을 교육해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각심을 일깨워 줘야 한다.

두 번째,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채널과 루트를 없애야 한다.

채팅프로그램 회사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SNS가 자유롭다 하더라도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으니 마약이라는 단어나 은어를 쓰지 못하게 검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세 번째, 강력한 처벌로 마약의 사용을 원천차단해야 한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반성문을 받아 형을 낮춰주는 일 없이 바로 실형을 살게 하는 등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의 양형 기준을 정비하는 등 사회 다양한 분야의 협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마약에 취한 거리라고 알려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켄싱턴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마약하는 게 어때서'가 아니라 마약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을 모두가 해야 한다. 깨끗한 한국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 구성원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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