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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K-드라마의 인기와 세계화

[이효성 칼럼] K-드라마의 인기와 세계화

기사승인 2023. 05. 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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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오늘날 한류를 스치는 바람처럼 일시적인 유행이라거나, 아시아의 지역에 국한된 지역적 현상이라거나, 괴짜들이나 좋아하는 비주류의 문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한류는 지역, 체제, 문화, 종교, 세대를 넘어 전지구적 현상으로 확산되었고 해가 거듭될수록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수만 명이 참여하는 콘서트, 빌보드 차트에서의 높은 순위, 수많은 세계 톱가수들로부터 들어오는 콜라보 제의로 K-팝은 이미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 이제 한류는 K-팝을 넘어 영화, 드라마, 웹툰, 문학, 패션, 푸드, 관광, 한국어 등 한국 문화 거의 전 영역을 포괄해가고 있다. 전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또는 열성적으로 한류를 접하고 즐기고 있다.

K-콘텐츠도 확실하게 세계화했다. 그 한 증거로서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2년도 '넷플릭스 TV 누적 시청 시간 톱 100'을 들 수 있다. 넷플릭스가 2022년도 상영한 세계 각국에서 제작한 수많은 드라마들을 누적 시청 시간량으로 1위에서 100위까지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K-드라마가 15편이나 되기 때문이다. 누적 시간 순서대로 ①《오징어 게임》(1위), ②《이상한 변호사 우영우》(8위), ③《지금 우리 학교는》(9위), ④《갯마을 차차차》(28위), ⑤《사내 맞선》(34위), ⑥《환혼》 파트1(39위), ⑦《마이 네임》(59위), ⑧《스물다섯 스물하나》(62위), ⑨《작은 아씨들》(65위), ⑩《지옥》(81위), ⑪《연모》(86위), ⑫《소년 심판》(89위), ⑬《종이의 집》(91위), ⑭《수리남》(93위), ⑮《그해 우리는》(95위)가 100위 안에 들었다.

10위 안 드라마를 가진 나라는 미국(5편), 한국(3편), 스페인(1편), 콜롬비아(1편)의 4개국뿐이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압도적인 누적 시청 시간으로 미국 작품들조차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00위 안에 가장 많은 작품을 가진 미국(57편) 다음으로 2위고, 3위는 스페인(8편), 4위는 영국과 콜롬비아(각 7편), 5위는 멕시코(4편), 6위는 독일(2편)이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는 한국이 단연 1위다. 사실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과 중국을 포함하여 아시아에서 100위 안에 든 작품을 가진 국가는 아예 없다.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 드라마계를 대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함께 세계 드라마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두 번째의 지위를 가진 콘텐츠 강국이다. 미국은 국제어인 영어로 제작한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제작비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물량 공세를 편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약 10분의 1의 제작비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제작하는 불리함에도 콘텐츠 강국의 하나인 영국(7편)보다 앞서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제작비와 언어에서의 불리를 극복하고 미국 다음의 콘텐츠 강국이 될 수 있는 데에는 그만큼 우리 제작진의 창의성, 열성, 헌신적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작품들이 제작비와 언어의 불리에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작품의 내재적 특성도 작용한다. 한국 작품들은 대체로 그 스토리가 유기적이면서 현실성 있는 사건들로 채워진다. 따라서 작품들이 허황되지 않고 재미(오락성)와 함께 유익함(교육성)도 지니고 있다. 한국 작품들은 사회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인본주의적 자세를 취하면서도 흥미 있는 구성과 긴장을 유발하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자연스럽지만 빼어난 연기를 통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것이 적은 제작비와 언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 작품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다. 이 비결은 말로는 쉽지만 콘텐츠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다른 나라가, 심지어는 미국조차도, K-콘텐츠를 앞서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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