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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의 그늘] 미국은 징역 1503년…韓은 최대 15년

[혈연의 그늘] 미국은 징역 1503년…韓은 최대 15년

기사승인 2024. 04. 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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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미성년 상대 친족 성폭력에 중형 선고
"'2차 가해' 반영한 양형기준으로 형량 올려야"
13세 이상 미성년은 공소시효 '10년' 제한
개정안 국회서 논의無…"폐기될 법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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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친족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3세 이상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기간을 넘겨 늦게 신고하면 수사·재판조차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사법부와 국회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는 사형도…"'2차 가해' 막는 양형기준 필요"

8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022년 7월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세웠지만, 해외에 비해 아직 형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해외 중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친족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성범죄 자체에 대한 형량이 높을뿐더러, 대부분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점이 맞물린 것이다.

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치안행정논집'을 통해 "미성년자 의제강간에 대한 처벌·형량은 한국에서 매우 관대한 반면, 미국·영국에서는 매우 중한 범죄로 다루고 있다"며 "특히 미국 연방은 단순 강간죄에서 형량이 한국의 3배 이상이었으며, 청소년에 대한 강간죄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3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법원은 자신의 8살 의붓딸을 성폭행한 패트릭 케네디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고등법원은 친딸을 4년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50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피해가 처벌에 반영될 수 있기 위해선 친족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해 양형기준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국피해자학회장을 지낸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의 경우 형량이 정말 높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친족 성폭력은 사건 당사자들이 가족의 구성원이다 보니, 다른 가족들이 '네가 아버지의 인생을 망친다'거나 처벌불원서(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서) 작성을 강요하는 일도 벌어진다"며 "양형기준을 더욱 세분화해 이런 '2차 가해'도 형량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세 이상' 사각지대…"논의 첫발 떼야"

친족 성폭력은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 피해자가 그렇다. 형법은 만 13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지만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는 성인이 된 후 10년간의 공소시효가 있다. 즉 만 13세~18세 청소년기에 범죄를 당해도, 만 29세 전까지 신고해야 수사나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를 스스로 인지하고 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또 가정에 불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 속에 묻고 사는 사례도 많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친족 성폭력 피해자 중 사건 발생 이후 상담까지 10년 이상 걸린 경우가 55.2%였다. 57.9%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에 상담을 신청했다.

이에 지난 2022년 7월 친족 성폭력 피해자 중 13세 이상 미성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끝나기 직전인 지금까지도 한 차례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를 앞두고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국회에서 급박성을 체감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결국 피해자가 큰 피해를 입어야만 환기가 되면서 그제야 논의하는 현실이 있다"면서 "다음 국회에서라도 입법 논의의 첫발을 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폐기되고 말 법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미성년자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의 원 교수는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친족 성폭력은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의존성'을 가지게 된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 비로소 처벌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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