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대한민국 갈등넘어 통합으로] ‘막말·조롱’에 무감각한 국회…“與野 싸우며 공생”

[대한민국 갈등넘어 통합으로] ‘막말·조롱’에 무감각한 국회…“與野 싸우며 공생”

기사승인 2024. 06. 30. 1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③끊이지 않는 막말, 정치인부터 자성해야<2>
21대 국회 막말 징계 22건…처벌은 '0건'
선거때 "사과"→국회 입성후 태도 달라져
"제식구 감싸기 여야 따로 없어…자성해야"
clip20240630151315
/게티이미지뱅크
basic_2021
막말·조롱·혐오 콘텐츠가 대한민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에서부터 서로를 모욕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정치 무관심을 넘어 혐오마저 부르고 있다.

3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원구성을 마치고 의정 활동을 시작한 제22대 국회에 징계안 3건이 연달아 올라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정점식·한기호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22대 국회 1호 징계안에 이름을 올린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해병대 채상병 사건 진상규명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을 상대로 '10분간 퇴장' 조치하는가 하면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 이 같은 촌극 이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정 위원장을 향해 "사적 감정으로 횡포를 부렸다"고 강하게 비난했고,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군대는 갔다 왔느냐"고 조롱했다. 결국 두 의원 역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마치 개그 콘서트를 연상케하는 '학벌배틀'도 벌어졌다. 지난 25일 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여당 간사 선임과 관련해 항의하러 나온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하자,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겠냐"고 응수한 것이다. 이어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유 의원을 향해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걸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냐, 한심하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야 할 국회의원들의 품격 낮은 모습이 결국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청년 세대나 일반인들이 믿고 따를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집단이 없는 것"이라며 "정치적 집단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진영 논리에 빠져 사회로부터 전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진영 논리에서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막말을 뱉어내고 있기 때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basic_2021
/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막말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돼도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제21대 국회에는 총 53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명(27건), 국민의힘 의원 16명(21건), 무소속 의원은 6명(7건)이었다.

징계사유로는 역시 막말 관련이 22건으로 압도적이었다. 허위사실 유포가 9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명예훼손도 2건 있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본회의에 회부돼 징계가 내려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징계처분이 내려진 것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이 의사진행 방해로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은 것이 유일하다. 2000년 이후 발의된 의원 징계안 247건 가운데 실제로 가결된 것은 김 전 대표의 징계안과 2011년 성희롱 징계를 받은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2명뿐이다.

국회 입성 이후 태도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이대생 성상납' 발언 관련해 지난 20일 이화학당과 이화여대 동창 모임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면서 "미 군정 시기 김활란 이대 전 총장이 운영했던 '낙랑클럽'에 이화여대 졸업생 등을 동원했으며 일부는 공식 매춘부로 활동했던 기록이 미군방첩대 기밀문서에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선거 당시엔 관련 발언이 논란이 일자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는데, 당선되고 나니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이와 관련해 사과를 번복한 것이 아니라 불순한 의도로 고발이 여러 건 이뤄지면서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있어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법적대응에 나서게 됐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비방도 선을 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원희룡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을 돕는 현역 의원들은 간신(奸臣)"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총선 참패 주범', '정치적 미숙아', '어린애' 등으로 연일 맹공하고 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저를 상대로 많은 분들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저는 보수정치가 품격이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 '제식구 감싸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오히려 전략적인 공생 관계를 맺고 막말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극적이거나 강한 발언을 하는 것이 지지층한테 호응을 받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선을 넘다 보니 브레이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기득권의 문제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는 공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이어 "화자 중심, 감성 중심으로 말이 나오고 그게 강한 발언으로 이슈가 되고 강성 지지자들의 호응을 받는 한국 정치의 악순환을 깨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며 "결국 국회의원 스스로 문제 의식을 갖고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 의지를 갖고 여야 또한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게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민주주의 핵심 요소"라며 "민주주의라는 것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다는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견해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